1. 두 가지 기본 명제
앞선 논의는 두 가지 기본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인은 자기 자신에게 직접 관계되는 행동에 대해 사회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조언, 설득, 경고, 회피를 통해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만 강제해서는 안 된다. 둘째, 타인의 이해에 해로운 행동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적 또는 사회적 처벌을 가할 수 있다.
Chapter V. Applications
앞선 논의는 두 가지 기본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인은 자기 자신에게 직접 관계되는 행동에 대해 사회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조언, 설득, 경고, 회피를 통해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만 강제해서는 안 된다. 둘째, 타인의 이해에 해로운 행동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적 또는 사회적 처벌을 가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준다고 해서 언제나 사회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경쟁자에게 손실을 줄 수 있지만, 정당한 경쟁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사회는 행위의 성격, 권리 침해 여부, 더 큰 공익, 규제가 낳을 부작용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해악 원칙은 자동적 금지 명령이 아니라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상업은 사회적 행위다. 판매자는 구매자와 관계를 맺고, 상품의 품질과 안전은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거래에는 사기 방지, 계약 집행, 안전 기준 같은 사회적 규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래를 규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모든 경제 활동을 정부가 지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소비자가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자유로운 교환이 일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독극물은 정당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지만 살인이나 자해에 쓰일 위험도 있다. 이를 완전히 금지하면 합법적 사용을 막는다. 판매자가 구매자의 이름과 용도를 기록하게 하거나 위험성을 표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은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지 않으면서 범죄 예방과 정보 제공을 돕는다. 규제는 필요한 목적에 비례해야 한다.
범죄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 예방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명백한 위험이 있고 개입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해악이 예상될 때에만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 예방은 구체적인 증거와 비례성에 근거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다리가 무너진 사실을 모른 채 건너려 한다면 붙잡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는 위험을 원한 것이 아니라 위험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을 충분히 알고도 건너겠다고 선택한다면, 그 행동이 오직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한 계속 막을 권리는 약해진다. 자유에는 위험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포함되지만, 모든 위험을 대신 결정해 주는 통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
위험한 상품이나 장소에는 경고를 표시할 수 있다. 이는 선택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는 조치다. 자유로운 선택이 의미 있으려면 기만과 중대한 정보 부족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정확한 표시, 계약 조건 공개, 위험 고지는 자유와 대립하기보다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
술집은 음주 자체뿐 아니라 소란, 폭력, 범죄가 모일 가능성이 있는 장소다. 영업시간이나 운영 조건에 대한 규제는 단순히 개인의 음주를 막기 위한 것인지, 타인에 대한 구체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규제의 실제 목적이 성인의 사적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면 자유 침해다. 반면 소음, 폭력, 미성년자 보호 같은 외부 해악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 정당화될 수 있다.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비세를 선택하는 것과, 특정 생활방식을 도덕적으로 억압하려고 세금을 이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세금이 필요하다면 사회적 비용과 행정의 편의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처벌처럼 사용해 합법적인 개인 선택을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술에 취해 반복적으로 폭력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일정 기간 음주를 제한하는 명령이 가능할 수 있다. 이 제한은 음주 자체가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확인된 행동이 타인에게 위험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반 성인 전체에 적용되는 금지와, 구체적인 위험 이력이 있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예방 조치는 같은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개인은 서로 계약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계약을 영원히 강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미래의 자유 전체를 포기하는 계약은 자유의 원칙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을 노예로 파는 계약은 자유롭게 체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자유의 목적은 자유를 포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속적으로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결혼은 두 사람뿐 아니라 자녀와 재산, 사회적 의무에 영향을 주는 제도다. 따라서 단순한 사적 계약과 동일하게 다루기 어렵다. 그러나 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계약 해제 조건은 관련된 모든 사람의 권리와 의무를 공정하게 조정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진다. 자녀가 생존하고 발달하는 데 필요한 보호와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부모의 자유는 자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자녀는 아직 자기 보호 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사회가 보호를 위해 개입할 수 있다.
사회는 모든 아동이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요구할 수 있다. 무지한 상태로 성장하게 방치하는 것은 자녀의 이해와 사회 전체에 해악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과 국가만이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르다. 국가가 교육을 독점하면 동일한 의견과 성격을 만드는 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
교육은 다양한 학교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최소한의 지식과 능력이 갖추어졌는지 시험할 수 있지만, 특정한 정치·종교적 의견을 정답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시험은 사실과 기능을 평가하는 데 한정하고, 논쟁적인 신념에서는 여러 입장을 공정하게 다루어야 한다.
자녀를 낳는 일은 매우 개인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자녀의 생존과 교육을 감당할 능력 없이 출산하면 다른 존재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발생한다. 밀은 극심한 빈곤 상황에서 부양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출산이 타인에게 해악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은 오늘날의 생식권 관점과 긴장되므로 최종판에 역사적 맥락 주석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 정부가 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모두 맡아서는 안 된다. 정부 기능이 커질수록 능력과 경험이 관료 조직에 집중되고 시민의 자발적 활동은 약해진다. 자유로운 사회는 결과의 효율성뿐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일을 조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개인이나 자발적 단체가 정부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맡기는 편이 좋다. 현장 지식과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획일적 방식은 지역과 개인의 차이를 놓칠 수 있다. 여러 방식이 경쟁할 때 성공과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어떤 일을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더라도 시민이 직접 수행함으로써 얻는 교육적 가치가 더 클 수 있다. 배심, 지방자치, 자발적 협회 같은 제도는 공공 문제를 판단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기른다. 자유는 정부의 간섭이 적은 상태만이 아니라 시민이 공동의 일을 스스로 처리할 능력을 가진 상태다.
국가가 유능한 사람과 전문 지식을 모두 흡수하면 사회의 다른 부분은 무기력해진다. 사람들은 모든 문제의 해결을 관청에 요구하고, 관료는 사회 전체의 지식과 경력을 독점한다.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정부를 비판하고 대신할 독립적 역량이 줄어든다.
관료제는 많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지만 자기 체계의 바깥에서 나오는 개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직의 이해와 관행을 유지하려는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모든 능력을 독점하면 정부가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교정할 사회적 힘도 사라진다.
밀은 당시 러시아를 거대한 관료제가 사회의 역량을 압도하는 사례로, 미국을 시민의 자발적 조직 능력이 강한 사례로 바라본다. 이 비교에는 19세기적 일반화가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은 국가 밖에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개인과 자발적 단체가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맡긴다. 둘째,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더라도 시민이 직접 처리하면서 얻는 교육과 역량이 중요하다면 분권과 참여를 우선한다. 셋째, 정부 권력이 불필요하게 커져 독립적인 사회 역량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가치다. 사람을 작고 순종적인 도구로 만들어 행정 기계를 완벽하게 운영하는 국가는 장기적으로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위대한 목적을 위해서도 인간의 정신과 개성을 위축시킨다면, 언젠가는 작은 인간들로는 어떤 위대한 일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유의 원칙은 모든 정부 개입을 거부하는 단순한 공식이 아니다. 개인의 자기 관련적 선택, 타인에 대한 해악, 정보와 예방, 계약, 교육, 가족 책임, 경제 활동, 정부 조직을 각각 구별하여 판단하게 하는 기준이다. 좋은 사회는 개인을 방치하는 사회도, 모든 삶을 대신 결정하는 사회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권리를 보호하며 명백한 해악을 막되, 각자가 자기 판단과 책임으로 삶을 형성할 공간을 남겨 두는 사회다. ---